고바야시 마사키의 <인간의 조건>,


고바야시 마사키의 <인간의 조건>, 개인의 힘으로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는가.  *한국영상자료원 / 영화광-Cinephile
2011.07.07.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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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조건 1>은 1부와 2부를 합쳐서 러닝타임이 206분입니다. 전편을 다 보려면 아직도 갈 길이 멉니다. 영화 한 편을 보는 게 꼭 마라톤을 뛰는 것 같습니다. 잠깐 인터미션을 준 후 이어지는 것은 2부 ‘격노’입니다. 이제 노호령 광산에서 본격적인 사건들이 벌어집니다. 1부 ‘순애’는 등장인물들을 소개하고 캐릭터를 구축해나가는 과정에 불과합니다. 2부부터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노호령에서는 보기 드물게 쾌청한 날씨. 가지와 미치코는 첫 휴가를 받아서 도시로 나갑니다. 미치코의 꿈은 단순합니다. 옛 동료를 만나서 수다를 떨고, 남편과 같이 싱싱한 사과를 먹고 싶을 뿐입니다. 마을에서 나가려는 순간 직원 하나가 다급하게 달려옵니다. 또 탈옥 사건이 터진 것입니다. 제발 모른 척 하고 휴가를 가자는 미치코의 애원을 거절하고 가지는 광산으로 돌아갑니다.

가지를 도우면서 참을 만큼 참던 오키시마도 특수공인 몇 명을 때립니다. 가지는 오키시마를 말리고, 앞으로 모든 책임은 자기가 다 지겠다고 말합니다. 소장에게도 상부에 보고하지 않겠다고 합니다. 탈옥 음모를 꾸민 주모자인 후루야가 소장에게 다가가서 가지의 행동이 의심스럽다면서 가짜 탈옥 계획을 세운 후 한 번 지켜보자고 합니다. 오키시마는 첸에게 다시 한 번 변전소에 가서 전기를 내리라고 협박하는 조선인을 때립니다. 후루야가 병원에 입원한 조선인을 찾아옵니다. 첸은 이런 모든 상황을 무기력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습니다. 그는 함정에 빠졌고, 올가미가 가지를 향해 점점 조여지고 있습니다. 그나마 가장 믿고 있는 존재를 배신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나아갑니다.

모든 근본적인 모순 속에서 가지도 점점 지쳐 갑니다. 그런 와중에서도 잠깐 희망이 보입니다. 야간 순찰을 돌던 중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사랑을 나누는 카오와 춘란을 봅니다. 혼자 시내로 나갔던 미치코는 사과 한 바구니를 들고 돌아옵니다. 동료의 조언대로 그녀는 남편에게 부탁합니다. “같은 길을 가게 해줘요.”


혼자 시내로 나간 미치코는 남편의 생각을 받아들여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1943년 9월, 20% 증산 목표를 달성한 광업소에서는 공로자들에게 포상을 합니다. 가지도 오카자키와 함께 상을 받습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 가지는 받은 상장을 구겨버립니다. 가지는 길에서 만난 첸에게 밀가루 배급표를 줍니다. 첸은 변전소에 가지만 고민하다가 그냥 나옵니다. 진을 만나서 완전히 덫에 걸렸다면서 자기 고민을 숨기지 않습니다. 진은 춘란을 카오에게 보내 오늘은 위험하니 탈옥하지 말라는 전갈을 전하려 하지만, 쏟아지는 폭우 때문에 만나지 못하고 돌아옵니다. 탈옥 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비마저 그쳤습니다. 답답한 첸은 수용소로 갑니다. 그곳에는 이미 음모를 짠 후루야와 헌병들이 총을 겨누면서 잠복하고 있습니다. 밤 1시. 건물에서 나온 특수공인들은 철조망에 다가갔다가 다 감전사로 죽습니다. 도망칠 길이 없습니다. 첸도 철조망을 향해 달려가고 자기 몸을 던지고 맙니다. 탈주계획을 주도한 게 첸으로 정리되면서 사건은 일단락됩니다.

오카자키는 광산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는 특수공인들을 때립니다. 이를 말리던 카오가 오카자키에게 돌을 던진 후 도망갑니다. 오카자키는 이들을 잡아 탈주를 시도했다고 보고합니다. 헌병대에서는 무고한 그들을 사형에 처하기로 하고, 가지를 처형입회자로 지목합니다. 특수공인 대표자들은 사람들이 죽으면 아무도 그를 믿지 않을 거라고 하지만, 회사에서는 처형을 말려달라는 가지의 간청을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본사로 출장을 간 오키시마는 중역들을 만나 형 집행을 막아달라고 부탁하지만 역부족입니다.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사형 집행일이 다가옵니다.


무고한 특수공인의 목을 치는 헌병 중사.


헌병중사는 칼에 물을 묻히면서 목을 자를 준비를 합니다. 가지는 멀리 흐르는 강물만 무기력하게 바라볼 뿐입니다. 다른 사형수들과 달리 카오는 자기 스스로 형장을 향해 걸어갑니다. 중사 대신 칼을 휘둘러보겠다던 한 군인은 실수로 카오를 한 번에 죽이지 못합니다. 칼에 맞아 상처를 입은 카오는 중화민국 만세를 외칩니다. 그 모습을 지켜본 특수공인들이 살인자라고 소리를 지르면서 시위를 합니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몰려오자 사형은 중지됩니다. 그러나 이 사건으로 인해 가지는 헌병대에 체포되고 맙니다. 잔혹한 고문이 이루어집니다.


헌병대로 끌려가서 고문을 받는 가지.


미치코와 오키시마가 면회를 옵니다. 오키시마는 사형 때문에 중역들에게 대들었다가 전근을 가게 되었다고 합니다. 자기 자리에는 음모를 꾸민 후루야가 오게 되었다고 합니다. 언제나 발치에서 가지를 지켜주려 노력하던 오키시마는 “나도 드디어 휴머니스트 전용열차에 올랐네” 라며 가지에게 동료의식을 전합니다.

20일 동안 고생한 가지는 풀려납니다. 소장을 만나자 긴급소집 영장이 떨어졌다는 얘기를 듣습니다. 가지는 이용만 당한 것입니다. 거대한 광산, 언덕으로 둘러싸인 지평선은 도망칠 수 없는 벽과도 같습니다. 가지는 그런 곳을 걸어 미치코와 만납니다. 춘란이 쫓아와서 카오의 죽음에 대해 비난합니다. 광대한 만주에서 가지는 무기력한 인간에 불과한 걸까요. 카지와 미치코는 집으로 돌아갑니다. 징집영장과 함께 그들이 함께 할 수 있던 삶은 끝나고 말았습니다. 거대한 지평선만이 그들을 둘러싸고 있을 뿐입니다.


2부의 마지막 장면. 헌병대에서 풀려난 가지와 재회하는 미치코. 영화의 무대인 노호령 광산이 참으로 거대하지요.


2부에서는 이렇게 본격적인 사건들이 벌어집니다. 징집면제를 조건으로 본사에서 오지의 광산으로 왔던 가지. 약속은 깨지고 이제부터 본격적인 고난이 시작됩니다. 거대한 광산에서 노력했지만 자기 혼자만의 힘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과연 가지의 휴머니즘은 고난을 겪는 인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전쟁이라는 극단적인 상황 속에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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