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과 중국 근세 오백년을 가다 - 일국사를 넘어선 동아시아 읽기

조선과 중국 근세 오백년을 가다 - 일국사를 넘어선 동아시아 읽기 
미야지마 히로시 | 기시모토 미오 (지은이) | 김현영 | 문순실 (옮긴이) | 역사비평사 | 2003


이 책은 원래 일본 중앙공론사가 일반 독자들에게 세계사에 대한 흥미를 갖게 하자는 의도로 기획한 시리즈 '세계의 역사(전 30권)' 중 하나로, 그 중 한국과 중국의 역사에서 마지막 왕조인 조선과 명·청 시대를 번역한 것이다.

이 시대 최대의 특징은, 오늘날 한국이나 중국의 전통이라고 여겨지는 것이 이 때에 본격적으로 형성되었다는 점이다. 전통적인 문화, 전통적인 생활습관, 가족·친족제도 등등 모두 이 500여년 간에 걸쳐서 형성되어온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조선과 명·청조는 오늘날의 한국과 중국을 이해하는 데 각별한 의미를 가지는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공통의 이해를 토대로 중국근세사 전공자인 기시모토 미오와 한국근세사 전공자인 미야지마 히로시 두 사람이 집필을 맡았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조선 시대와 중국의 명·청 시대를 각각 따로 보는 것이 아니라, 동아시아의 역사 속에서 이를 하나로 아울러 보고 있다는 것이다. 단순히 한반도에 한정해서 살펴보는 기존의 시각에서 벗어난 새로운 발상은 높이 살만 하다. 통사로서의 형태를 중시하는 한편, 정치사에 치우치지 않고 사회나 문화에 대해서도 포괄적으로 설명하려 하였다. 또한 전문서는 아니지만 근년의 새로운 연구 성과를 충분히 반영하려 노력하였다.


저자서문
역자서문

1. 동아시아 세계의 지각변동
송·원 시대의 유산
가시적인 동아시아 세계/몽골제국의 유산
흔들리는 고려왕조
공민왕의 반기/경주의 설씨/이성계의 대두
원 말기의 반란과 주원장
빈곤한 회서 지역/원 말기의 여러 반란/주원장 세력의 대두
명 왕조 지배의 확립
회서의 기풍/유교적 정통주의/공포정치
조선왕조의 건국
태조 이성계의 즉위/용의 눈물/위대한 발명, 한글/독재자 세조
넓어지는 국제적 시야
<해동제국기>/조선 사절이 본 중세 일본

2. 명 제국의 확대
명 정권 초기의 '남과 북'
명 왕조의 중심/건문제와 연왕/북경 천도/새 수도 북경
영락 시대의 대외발전
몽골 원정/동북의 여진족/정화의 대항해/환관과 주변 민족
명대의 조공 세계
명대의 조공관계와 해금/유구와 말라카
수세에 선 명 제국
토목의 변/만리장성과 구변진
명대 중기의 국가와 사회
성화·홍치의 성세/황제와 중앙관제/지방 행정제도/과거와 신사/황제가 되고 싶지 않았던 황제

3. 양반의 세기 - 16세기 조선
유희춘과 <미암일기>
<미암일기>/유희춘의 생애/다채로운 등장인물
양반관료제
미야자키 이치사다의 조선과거론/조선시대의 과거제도/중국과의 비교/과거와 양반/사림파 정권 성립의 의의
친족 구성
유희춘을 둘러싼 친족들/쌍계적인 친족개념/족보 편찬의 시작/소설 <홍길동전>의 저자와 관련해서
향촌사회와 지방통치
담양 향안/양반은 신분인가?/유향소와 경재소/개발의 시대/양반들의 경제력
양반의 정신세계
독서광 유희춘/계몽정신/16세기 대유학자들/좁아지는 국제적 시야
시대의 변천
그 후의 희춘 일가/무대는 바뀌고/당쟁의 시작/좁아지는 국제적 시야

4. 후기 명 제국의 빛과 그림자
북방 방위와 재정 문제
풍속의 변화/북방정세-장성을 넘는 한인들/명 재정과 은 문제
동남 연안의 왜구
일본 은의 등장/왜구 집단의 성장/가정 대왜구/북로남왜 문제의 완화/북로남왜와 은의 흐름
명말의 도시와 농촌
관료·상인의 축재/농촌 수공업/도시 서비스업
공동체와 질서
양명 선생의 돈오/적자의 마음/명말 사회와 양명학/양명학의 급진화와 양명학 비판
정치의 계절
가정제의 시대/서계와 해서/장거정의 시대/중앙과 지방/위충현과 개독의 변/초망의 지사와 순정한 영웅들/명말 '시민' 사회/살찐 환자

5. 화이변태(華夷變態)
세계 시스템과 동아시아
<화이변태>/은을 둘러싸고/19세기와 비교하여
임진·정유왜란
'상업의 시대'와 신흥국가/안동 하회에서/임진·정유왜란/점령지에서의 일본군
변경의 자립세력
변경 '권력'의 발생/요동의 군벌 이성량/남해의 주인공 정지룡/남과 북의 신흥세력
청의 성장
누르하치의 등장/후금국의 성립/후금의 진격/혼타이지의 시대
명의 멸망
농민반란/전설에서 사실로/북경 함락과 청의 입관/남명 정권/청의 중국대륙 정복/명의 유민들
청 왕조 지배의 확립
정씨와 타이완/삼번의 난/주변세력의 결승전

6. 조선 존통사회의 성립
호란과 소중화
포로가 된 왕자들/광해군의 균형 외교/<조선왕조실록>과 두 종류의 <광해군일기>/인조반정과 호란/소중화
당쟁으로 죽어간 사람들
당쟁의 경위/나주 나씨와 해남 윤씨/당쟁에 대한 평가
지배체제의 재편
세제의 변혁/균역법/호적과 양안/전통농법의 성립
전통의 형성
네덜란드인이 본 17세기의 조선/친족제도의 변화/마을의 형성/장시와 상업/상업의 위치

7. 청 왕조의 평화
강희 시대의 국제환경
강희제의 시대/동남의 해상무역/러시아와의 조우/준가르와의 싸움
청 황제의 두 얼굴
한과 황제/연회와 사냥/자금성 내의 학자 황제/역법 논쟁/청 황제의 다문화적 소양/주접 정치
청 왕조의 반전
옹정제의 즉위/<대의각미록>/옹정제의 사회관/황제가 쥔 줄사다리
유럽에서 본 중국
기독교 포교와 전례 문제/계몽주의자들이 본 중국

8. 새로운 도전자들 - 왕조 말기의 조선
향촌사회의 헤게모니를 둘러싸고
향전/향리의 세계/향리 조직과 그 역할/향리층의 양반 지향
실학과 천주교
실학의 '발견'/<열하일기>의 비판정신/실학 사상가의 위치/천주교의 전래/양반들의 천주교 수용/중인층의 천주교 수용/연행사와 통신사
정조의 꿈과 좌절
영조와 탕평책/정조와 규장각/정조와 정약용
사회변동을 예감하다
신분제의 동요/노비제의 해체/<춘향전>의 세계
근대를 전망하며
민란의 시대/흥선대원군의 등장/대원군의 권력 기반
9. 성세(盛世)에서 위기로
<홍루몽>과 <유림외사>
청대의 사풍/홍루몽 논쟁/과거와 중국사회/청조 고증학
'십전노인' 건륭제
판도의 확대/청 왕조의 통치구조
호황의 시대
빈발하는 식량폭등/구미선 무역의 활성화
산구(山區) 경제와 종교반란
동서의 '인구론'/이주민의 사회/가경 백련교의 반란

10. 사람과 사회 - 비교 전통 사회론
중국의 '가(家)'와 사회단체
차서격국/가란 무엇인가/명·처 시대의 종족 형성/'동기'의 감각과 사회집단
조선의 사회조직 - 중간단체를 중심으로
헨더슨의 정치사회론/조선의 중간단체/중국·일본과의 비교

대담
연표
참고문헌
찾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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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여러가지 장점을 갖고 있다. 읽는 내내 정말 재미있었다. 그러나 내가 이 책을 흥미롭게 읽었던 이유는 무엇보다 19세기 중반 이후 서구 열강들과 불평등 조약을 맺으며 자본주의 세계경제에 편입되기 이전 (15세기 경부터 19세기 초까지)의 근세 동아시아 세계의 모습을 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요점을 딱 집어 말하자면, 동아시아 세계는 (그 외연의 가변성과 불분명함에도 불구하고) 그 부분들끼리 연결되어 있었을 뿐만 아니라, 외부의 "긴 16세기(1450-1640)"에 출현한 유럽 중심의 자본주의 세계경제의 움직임과도 연동하였다는 것이다(181-4, 359). 동아시아에서 은(銀)의 흐름의 변동을 추적하는 것이 이 연동의 키워드이다. 정리하면, 16세기초 은의 흐름은 조선에서 중국과 일본으로 향하였으나, 1540년대부터 일본이 주요 수출국이 된다. 여기에 16세기 중반 이후부터 포르투갈과 스페인 상인들을 통해 남아메리카 포토시 은광에서 채굴된 은까지 들어오게 되고, 중국은 "세계 은의 종점"이 된다. 아메리카 대륙과 달리 아시아는 유럽 세계경제와의 접촉 이후에도 바로 편입되지 않았다 (183) [cf. M. N. Pearson. Before Colonialism: Theories on Asian-European Relations, 1500-1700].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아시아 세계는 자본주의 세계경제와 연동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까지 이 책은 그 자신의 임무를 비교적 충실히 소화해낸다. 물론 이 책은 일국을 넘어선 역사를 지향하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명, 청의 중국본토와 조선의 역사를 중심적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에 '미완의' 동아시아 각국사이지, 그 자체로 동아시아 전체사이지는 못하다. 곧 일본 이웃나라들 중 나름대로 영향이 컸던 두 지역(중국본토와 한반도)에 관한 역사일 뿐이다. 지은이들이 일본인이라 해도 일본을 중국과 조선과 같은 비중으로 다루지 않기 때문에 "자본주의 세계경제가 일본이 조선 경제를 추월하는 데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가"와 같은 물음에 대한 대답은 주고 있지 않다. (이것은 내가 이 책에서 제일 아쉬운 부분이다. 그리고 이 아쉬움과는 별도로 먼저 과연 이 질문이 성립 가능한 질문인가, 곧 일본이 전국통일을 이루기 전에는 조선보다 못 살았다는 것이 확실한 것인가 하는 문제도 매우 궁금하다.) 또 사실 조그만 나라 조선과 큰 나라 중국을 두 명의 저자가 같은 비중으로 다루면서 어떻게 동아시아 전체의 모습을 가감없이 보여 줄 수 있겠는가? 이러한 구성은 일본사라는 일국사의 배경을 이해하기 위한 두 주변국의 역사 서술이라는 원래 저자들의 목적에는 부합하는 것일지언정, 그 자체로서 근세 동아시아의 "있는 그대로의 역사"는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만큼이라도 할 수 있었던 저자들의 功에 비하면, 그 過는 아주 작은 것이다. 이 한계는 저자들을 비롯한 동아시아의 역사학자들이 앞으로 머리를 맞대고 싸우기도 하면서 힘을 모아 넘어야할 과제를 제시해주었다는 점에서 오히려 긍정적인 것이다. 

이 책이 내게 제시한 이후의 연구방향을 잠정적으로나마 짧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자본주의 세계경제로의 편입 이전의 근세 동아시아 세계의 성격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 서유럽과 일본의 경우를 제외하고, 자본주의 이전 단계를 봉건제라고 규정하는 것은 이제는 웃음거리일 뿐이다. 그렇다면 어떤 방법이 있을 수 있을까? 월러스틴의 세계체계(world-system) 개념을 다소 교조적으로 동아시아에 적용한 대표적 사례는 하마시타 다케시의 중국 중심 조공무역체계론이다. 명과 청을 세계제국(world-empire)으로 보고 이의 경제적 토대를 조공무역체계로 보는 것인데, 월러스틴의 틀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역사적 사실들을 과도하게 단순화, 과장, 왜곡하고 있다 (reification). 

하마시타에 대한 반론의 근거는 이 책 여러 곳에서 찾을 수 있다. 347-51쪽에서도 인용되고 있는 모테기 도시오(茂木敏夫)의 [변용하는 근대 동아시아의 국제질서](1997)에 따르면, 조공국들의 구성은 위계적이기는 하지만, 내적 구성이나 중국과의 관계 모두 이질적이다. 또 한 나라가 청의 조공국이란 것의 의미가 과연 무엇인지도 논의거리이다. 그것이 청 세계제국의 부분이라는 것을 뜻하는가? 만약 그렇다면 청과 조공관계를 맺고 있었다는 것이 어느 정도로 그 사회를 규정하였는가를 규명해야 한다. 가장 손쉬운 방법 중 하나는 조공을 통해서 주고 받는 물품이 생필품이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일종의 기축적 분업(axial division of labor)이 중국과 조공국 간에 존재하였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일텐데, 적어도 조선의 경우 당시 조공은 사치품 중심이었다. 이는 월러스틴의 세계체계 구성 기준에는 못 미치는 것이다. 프랭크 식으로 사치품 교역도 소위 "상호침투적 축적"을 통해 서로 다른 사회들을 규정할 수 있다고 주장할 수야 있겠지만, 이 주장은 당시 동아시아가 내부적으로 뿐만 아니라 외부적으로도 이른바 "세계 체계(world system)"의 다른 부분과 연동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는 있을지언정, 동아시아 지역체계의 성격을 규명하는 데에는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 또한 명대 정화의 아프리카 원정의 중단이나 청까지 시행되었던 해금령, 조선과 일본의 쇄국 등으로 나타나는 내향적 발전 (autarky) 지향은 당시 동아시아 각국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이는 조공체계가 당시 동아시아 국가간 체계의 상징적 위계를 보여줄 뿐, 실질적인 경제적 의미를 지니지 못한 것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게 한다. 하지만 이것은 하마시타에 대한 즉각적인 반동일 수는 있어도 사려깊은 통찰이 될 수는 없다. 분명한 것은 근세 동아시아 세계는 위계적인 국가간 체계 플러스 알파라는 것이다. 여기에는 자본주의 세계경제의 국가간체계에서 전제되는 주권국가 간의 형식적 동등성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또 중요한 것은 조공국마다 그 조공무역이 각국 경제를 규정하는 정도가 다 제각각이었으며, 이에 따라 통합의 정도를 달리한다는 인식일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또 눈에 띄었던 것은 조선 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미야지마 히로시 교수의 서술 스타일의 독특함이었다. "중도적 해석의 추구"쯤으로 이름붙일 수 있을 듯 싶은데, 어떤 사실에 대한 기존의 양극단의 해석을 제시하고, 이 사이에서 중도적인 입장이되 단지 절충이 아닌 자신의 독창적인 견해를 제시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1)조선이 세계 최초로 금속활자를 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서구의 인쇄혁명 같은 발전이 없었던 이유를 한자의 특성에서 찾는 부분(125-6)이나, (2) 당쟁(244), (3) 조선사회정체론과 자본주의맹아론 양자 모두를 지양해야 할 필요성에 대한 강조(264)에서 두드러진다.

마지막으로 번역과 출판상의 흠에 대해 한마디 해야 할 것 같다. 번역은 무엇보다 일제시대 무성영화 변사식 말투가 무척 거슬린다. '뭐뭐했던 것이(었)다'하는 표현이 시도때도 없이 나오는데, 손을 좀 보는 게 좋을 것 같다 (....194, 238, 253, 260, 261.....).  맞춤법(192쪽 밑에서 셋째줄 '빠트리다', 207쪽 '삼가하게')이나 punctuation (178, 191) 상의 실수도 보이고, 연표에서는 색깔 처리를 잘못한 것들도 보인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세계 시스템"이라는 번역어이다. 이는 일본에서 월러스틴의 world-system을 가타가나로 世界システム로 번역한 것을 이에 대해 모르는 번역자가 우리말로 중역했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이다. "세계체계"라고 번역해야 옳다. 많이 팔리는 책인 것 같은데
http://blog.aladin.co.kr/eroica/popup/854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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